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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싱 강좌 - 제2부: 음향 이론 기초

2025년 06월 04일
강좌

스튜디오 놀 녹음실

스튜디오 놀 녹음실

믹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소리'가 어떤 존재인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일 귀로 듣고 있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진동이 공기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이죠. 요리사가 재료의 특성을 이해할수록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듯, 엔지니어도 소리가 만들어지고 움직이며 귀에 도달하는 과정을 알 때 비로소 자신감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음향 이론의 기초를 부드럽게 훑어보며,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믹싱 상황을 이해할 토대를 닦아보겠습니다.

2.1 음파의 여정: 탄생, 전파, 그리고 만남

소리는 진동이 만들어낸 압력의 물결입니다. 기타 줄이 떨릴 때, 스피커 콘이 앞으로 밀려 나올 때, 우리의 성대가 울릴 때 공기 분자들은 밀렸다가 당겨지기를 반복하며 에너지를 옆 사람에게 전달합니다. 돌을 던진 호수에 잔잔한 물결이 퍼져 나가듯, 소리도 다양한 장애물을 만나며 변화를 겪습니다. 단단한 벽을 만나면 반사되어 되돌아오고, 푹신한 커튼을 지나며 에너지를 잃고, 좁은 문틈을 지나면서도 방향을 틀어 여전히 우리 귀에 도달합니다. 겨울밤 공기가 차가워질 때 소리가 유난히 멀리 들리는 이유도 이런 굴절 현상 덕분입니다. 음파의 이러한 습성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스튜디오를 어떻게 꾸미고 마이크를 어디에 둘지 결정할 때 훨씬 현실감 있는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공기 중에서 소리는 초당 약 340미터 가량 이동합니다. 이 속도를 기억하고 있으면, 지연 시간이나 마이크 간 거리로 인한 위상 차이를 계산할 때 유용합니다.

2.2 소리를 구성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우리가 들려오는 소리를 구분하고 조작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음이 주파수, 진폭, 위상이라는 세 가지 속성으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주파수는 소리의 높낮이를 결정합니다. 피아노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주파수가 점점 높아지고, 우리는 더 높은 음으로 인식합니다. 사람의 가청 영역은 대략 20Hz에서 20kHz 사이이며, 믹싱 엔지니어는 이 넓은 범위를 색채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율하는 화가와도 같습니다.

진폭은 소리의 크기, 즉 에너지의 양을 표현합니다. 믹서의 페이더를 올리고 내리는 행위는 진폭을 조절하는 일과 같으며, 우리는 이를 데시벨(dB)이라는 단위로 기록합니다. 데시벨은 인간이 느끼는 폭넓은 소리의 크기를 다루기 위한 압축된 척도이기 때문에, 수치가 조금만 변해도 체감상 변화가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위상은 같은 주파수와 진폭을 가진 두 파형이 서로 어떤 타이밍으로 움직이는지를 말합니다. 같은 방향에서 동시에 파도가 밀려오면 더 큰 파도가 만들어지듯, 위상이 맞으면 소리가 커지고, 반대로 서로 역방향으로 움직이면 소리가 서로를 지워 버립니다. 드럼을 여러 마이크로 녹음할 때 스네어 소리가 갑자기 얇아지는 이유를 찾다 보면 결국 위상 차이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기본 요소를 이해하고 있으면, 실제 믹싱에서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을 때 문제의 원인을 훨씬 빠르게 짚어낼 수 있습니다.

2.3 하모닉스와 배음, 음색의 비밀

같은 음을 연주해도 피아노와 바이올린, 사람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게 들리는 까닭은 음색에 있습니다. 음색을 결정짓는 핵심이 바로 하모닉스와 배음입니다. 우리가 음의 높낮이로 인식하는 기본 주파수인 기음 외에도, 자연스럽게 그보다 높은 수많은 주파수들이 함께 울립니다. 그중 기음의 정수배가 되는 성분을 하모닉스라고 부르는데, 어떤 하모닉스가 강하게 들리느냐에 따라 악기의 고유한 캐릭터가 정해집니다. 클라리넷의 묘한 따뜻함이나 트럼펫의 화사한 질감이 모두 여기에서 비롯되죠.

믹싱 엔지니어는 이 현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EQ로 특정 배음 영역을 살짝 강조하거나 줄이면 악기의 색이 달라집니다. 새츄레이션과 같은 플러그인을 사용해 의도적으로 하모닉스를 추가하면, 차가웠던 사운드가 조금 더 두꺼워지고 생동감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소리에 담긴 보이지 않는 층을 듣는 연습은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귀가 열리면 믹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확장됩니다.

2.4 우리 몸 안에 숨은 정밀한 스튜디오

믹싱 엔지니어가 평생 믿고 의지해야 하는 장비는 다름 아닌 자신의 귀입니다. 귀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귓바퀴는 자연스러운 깔때기 역할을 하며 소리를 모으고, 외이도는 특정 주파수를 살짝 증폭시킵니다. 고막에 도달한 진동은 세 개의 작은 뼈로 이루어진 이소골을 통해 증폭되고, 달팽이관으로 전달됩니다. 달팽이관 안에는 주파수에 따라 반응하는 기저막과,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꾸는 유모세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세포들이 바로 우리 몸의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입니다.

안타깝게도 유모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다시 자라지 않습니다. 장시간 큰 볼륨으로 작업하면 청각 피로가 찾아오고, 이 상태가 반복되면 돌이키기 어려운 손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는 주기적으로 귀를 쉬게 하고, 모니터링 음량을 적절히 유지하며,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반드시 보호 장비를 사용해야 합니다. 귀를 아끼는 습관은 단지 건강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평생 소리를 다루는 일을 지속할 수 있게 해 주는 가장 현실적인 투자입니다.